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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폭행, '먼저 고소'보다 '먼저 입증'하는 쪽이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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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뉴스]


직장인 A씨는 연휴를 맞아 친구들과 클럽을 찾았다. 술기운이 한껏 오른 새벽, 옆 테이블 남성 B씨와 어깨가 부딪친 것이 화근이었다. 말다툼은 순식간에 몸싸움으로 번졌고, 출동한 경찰은 두 사람을 모두 '쌍방폭행'으로 입건했다. 며칠 뒤 A씨는 B씨가 자신을 먼저 폭행죄로 고소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저도 맞았는데, 먼저 고소당했으니 이제 저만 처벌받는 건가요?"


추석처럼 긴 연휴에는 클럽이나 주점에서 술에 취해 벌어지는 쌍방폭행 사건이 부쩍 늘어난다. 이때 상당수가 '누가 먼저 고소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고 오해한다. 그래서 서둘러 경찰서로 달려가거나, 반대로 이미 고소를 당했다는 사실만으로 지레 체념하곤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소의 선후는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 수사기관은 고소장이 접수된 순서가 아니라 '누가, 어떻게 때렸고, 누가 얼마나 다쳤는지'를 본다. 결국 승부를 가르는 것은 내 피해 사실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수사기관에 입증하느냐다.


실무에서 쌍방폭행 사건은 양측에 모두 폭행이 인정돼 합의로 사건이 종결되는 경우가 많지만, 한쪽은 '폭행', 다른 한쪽은 '상해'로 결론 나는 경우도 많다. 둘은 이름만 비슷할 뿐 무게가 전혀 다르다. 폭행죄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해지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다. 반면 상해죄는 7년 이하의 징역 등으로 법정형이 훨씬 무겁고, 합의를 하더라도 처벌 자체를 피할 수 없다. 같은 자리에서 주먹을 주고받았더라도 상해가 입증되는 순간 '가해자'의 무게추는 한쪽으로 확 기운다. 형사변호사즉시 선임하기


실제로 필자는 최근 먼저 폭행 혐의로 고소를 당한 의뢰인을 대리했다. 의뢰인 역시 싸움 과정에서 다쳤지만, 상대방이 먼저 고소장을 내는 바람에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였다. 필자는 의뢰인의 피해 사실을 입증할 자료를 꼼꼼히 모아 상대방을 상해 혐의로 고소했다. 결과는 반전이었다. 먼저 고소했던 상대방에게 상해 책임이 인정된 것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상대방의 손해배상 책임까지 인정했다. 먼저 고소를 당했다고 해서 게임이 끝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렇다면 쌍방폭행에 휘말렸을 때 무엇을 주의해야 할까.


첫째, 다쳤다면 무조건 병원부터 가자. 상해 입증의 핵심은 '진단서'다. 술이 깬 뒤 며칠이 지나서야 병원을 찾으면 부상이 그날 싸움 때문인지를 두고 다툼의 여지가 생긴다. 사건 당일이나 늦어도 다음 날에는 진료를 받고 상해진단서를 발급받자. 멍이나 긁힌 상처, 부기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므로 날짜가 확인되도록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찍어두는 것도 필수다. 찢어진 옷이나 깨진 안경, 파손된 휴대전화도 버리지 말고 그대로 보관하자.


둘째, CCTV 확보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클럽이나 주점, 주변 상가의 CCTV는 저장 기간이 짧아 며칠에서 길어야 한 달 안에 덮어쓰기 되는 경우가 많다. 업주에게 즉시 영상 보존을 요청하고, 경찰에도 신속한 확보를 요구하자. 누가 먼저 손을 댔는지, 누가 일방적으로 공격했는지는 영상 하나로 판가름 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현장에 있던 일행이나 목격자의 연락처를 받아두고, 112 신고 기록이 남아 있는지도 확인하자.


셋째, 현장에서의 '반격'은 참아야 한다. 법원은 서로 치고받는 싸움에서 공격과 방어가 뒤섞인 경우 정당방위를 좀처럼 인정하지 않는다. 억울한 마음에 한 대 더 때리는 순간, 피해자에서 '쌍방 가해자'로 신분이 바뀐다. 자리를 피하고 곧바로 112에 신고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방어다.


넷째, '술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술에 취해 기억이 안 난다"는 진술은 방어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진술의 신빙성만 떨어뜨린다. 스스로 술을 마셔 판단력이 흐려진 경우 심신미약 감경도 인정받기 어렵다.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추측으로 채우지 말고, 사건 직후 기억나는 내용을 시간 순서대로 메모해 두었다가 일관되게 진술하자.


다섯째, 맞고소는 철저히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상대방이 먼저 고소했다고 해서 분한 마음에 피해를 부풀리거나 없는 상해를 주장하면 오히려 무고죄라는 부메랑이 돌아올 수 있다. 협상 카드로 쓰려던 맞고소가 역풍이 되는 것이다. 객관적 증거로 뒷받침되는 범위에서만 당당하게 피해를 주장하자.


형사 절차에서 상대방의 상해 책임이 인정되면, 이는 민사소송에서도 유력한 증거가 된다. 치료비와 위자료 등 손해배상을 청구해 이른바 '금융 치료'까지 받아낼 수 있는 셈이다. 


쌍방폭행은 한순간의 감정이 수개월에 걸친 수사와 재판으로 이어지는 사건이다. 먼저 고소당했다고 좌절할 필요도, 먼저 고소했다고 안심할 이유도 없다. 다만 증거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지므로, 사건 초기부터 형사 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피해 사실을 빈틈없이 입증하는 것이 현명하다. 즐거워야 할 명절, 사소한 시비 하나로 '전과'라는 짐을 떠안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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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폭행, '먼저 고소'보다 '먼저 입증'하는 쪽이 이긴다 < 안성열의 사건 클리닉 < 칼럼 < 오피니언 < 기사본문 - 법률방송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