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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법정이 아닙니다” 그래서 더 위험한 학폭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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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사건을 맡을 때마다 같은 물음이 맴돈다. 한 아이의 장래를 가를 처분이 과연 이런 절차로 내려져도 되는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의 조치 이력은 이제 대입 정시 전형에도 반영된다. 처분의 무게는 커졌지만 절차는 그대로다.


이는 개인적인 문제의식이 아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학교폭력심의제도 개선 전담조직(TF) 간사로서 회원 변호사 63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하고 지난 14일 토론회에서 결과를 발표했다. 접수된 사례만 200건이 넘었다. 관할 교육지원청과 사건 시기는 달랐지만 드러난 문제는 놀라울 만큼 같았다. 몇몇 심의위원의 일탈이 아니라 제도 자체의 구조적 결함이라는 뜻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졸속 심의다. 위원들이 심의 한 시간 전에야 수백 쪽의 기록을 처음 보고 당일 조치까지 결정한다는 응답이 이어졌다. 1000쪽이 넘는 증거가 제출된 사건을 포함해 14건을 두 시간도 안 돼 처리한 위원회도 있었다. 조치 호수를 먼저 정한 뒤 고의성·심각성 점수를 역산해 맞춘다는 말을 위원에게 직접 들었다는 변호사도 있었다. 준비 기간이 이틀에 불과해 기일 연기를 요청했으나 거부됐고, 당사자가 출석하지 못한 채 심의가 강행돼 중학생에게 의무교육 단계에서 가장 무거운 전학 조치가 내려진 사례도 있었다.


기록은 제대로 남지 않고 자료도 공개되지 않는다. 학생 진술은 조서가 아니라 조사관의 요약으로만 남는다. 당사자는 조사보고서와 상대방의 맞신고 내용도 모른 채 심의에 출석한다. 자신이 제출한 확인서조차 열람을 거부당한 사례도 있었다. 쟁점을 모르는 상태에서 방어하라는 것은 사실상 방어를 포기하라는 것과 같다.


대리인의 조력은 형식만 남았다. “이곳은 법정이 아니니 변호사는 발언할 수 없다” “30초 안에 끝내라” “사실관계는 언급하지 말라”는 제지가 반복됐다. 필기구를 빼앗긴 변호사가 있었고, 학생이 질문받는 동안 퇴장을 요구받아 국가배상청구소송을 낸 변호사도 있었다. 사실관계의 오해를 바로잡으려 하자 “변호사가 개입하면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한 위원도 있었다. 방어권을 행사하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초등학교 3학년 자폐성 장애 학생의 조사에서도 변호사 동석은 허용되지 않았다.


절차의 공백은 피해 학생에게도 깊은 상처를 남긴다. 한 사건에서는 형사 절차에서 가해 학생들의 책임이 인정됐는데도 학폭위가 ‘조치 없음’을 결정했다. 판단 근거를 확인할 자료는 공개되지 않았고, 보호자는 비용 부담 때문에 행정소송을 단념했다. 피해 학생은 끝내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했다.


근본 원인은 제도의 공백에 있다. 심의위원인 한 변호사는 위원회에서 거듭 개선을 건의해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현행 학교폭력예방법에는 대리인의 참여 범위와 발언 기회에 관한 규정이 사실상 없어 대부분이 위원장 재량에 맡겨져 있다.


개정 방향은 분명하다. 첫째, 대리인 조항을 신설해 조사 단계 입회권과 심의 중 의견 진술권을 보장하고, 조력을 이유로 한 불이익을 금지해야 한다. 둘째, 당사자가 심의 전 조사보고서를 열람할 수 있게 하고, 학생 진술과 위원들의 논의 내용, 판단 근거를 기록해야 한다. 셋째,위원회에 법조인이 반드시 참여하도록 하고 화해·조정 절차를 제도화해야 한다.


설문에서 초기 변호사 조력이 분쟁 확대를 막는다는 응답은 반대 응답의 네 배를 웃돌았다. 대리인 조력권은 변호사를 위한 특권이 아니다. 결과의 유불리를 떠나 당사자가 절차의 정당성을 믿고 승복하게 만드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학폭위가 교육적 신뢰를 회복하려면 결과에 이르는 과정부터 공정하게 바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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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윤민선 서울지방변호사회수석대변인·변호사]“여기는 법정이 아닙니다” 그래서 더 위험한 학폭위